2023. 3. 5. 00:33ㆍ경마/말딸 원본마
헬리오스가 그렇게나 찾아대던 (하지만 파머잡고 거짓말처럼 잊어버린) 문제의 '아가씨'.
다이이치 루비가 드디어 실장됐다.
안그래도 90년대 초반은 애니 2기때문에 말딸풀이 가장 빡빡한 시기였는데,
같이 나온 케이에스 미라클+이전 공개된 야마닌 제퍼까지 해서 단마전선까지 보강.
이 추세라면 대강 시대가 겹치는 신코 러블리, 시스터 토쇼, 사쿠라 호쿠토 오 이 라인도 나와볼만 한 것 같고.
단마따리라는 이유로 애니에서는 어느샌가 파머 매니저로 전직해있던 헬리오스의 실장도 머지 않았을듯하다.
다이이치 루비 ダイイチルビー
전적 : 18전 6승
주요 성적 : '91 야스다 기념, '91 스프린터즈 S
91년 최우수 스프린터&최우수 고마 암말.
암말 최초 야스다 기념(G1) 승마. 암말 최초 암수혼합 G1 2승마. 암말 최초 획득상금 4억엔 돌파.
말딸입문들이 이름이라도 들어봤을만한 아웃풋이래봤자 신데그레에서 모브 조금 위 정도 취급이나 받던 다이나 액트리스(=다이남 히로인) 레벨이던 시기 등장해 온갖 신기록을 세운 명암말이다.
94년 히시아마존의 등장 전까지 니시노플라워-신코러블리 등으로 이어지는 단마전선에서 활약한 암말 계보의 선두 격.
다이이치 루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려한 일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짤에는 '가련한 일족'이라고 되어있는데 화려한 일족이 맞다.
일본어 가련(可憐)은 한국이랑 달리 그냥 예쁘다, 아름답다는 의미라서 오역되는 경우가 많은 단어긴 한데,
이건 그냥 원문부터가 화려한 일족인데 왜 오역되는지 모르겠음)
화려한 일족이란 영국산 암말인 마이리(Mairie)를 시조로 삼는 모계의 별칭이다.
마이리가 일본에 도입된 것은 1957년. 경주마 수입이 해금된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큰 맘 먹고 데려온 암말이었으나, 정작 배출한 산구는 꼴랑 4마리 뿐이었다.
유일한 안타는 수입할 때 이미 배고 있던 새끼인 큐피트가 35전 9승을 거둔 것 정도.
그런데 이 큐피트 또한 새끼를 두마리밖에 낳지 못했고,
또 그 딸인 67년 오크스마 야마피트도 1마리를 낳은 뒤 급사.
번식암말로 쓰려고 데려온 애들이 무슨 마가 씌었는지 3대 연속으로 구실을 못하니 마주는 미칠 노릇.
결국 모계 유지를 위해서 잘 뛰고 있던 야마피트의 동생 미스 마루미치를 번식암말로 돌리게 되는데…
이게 대박이 터졌다.
미스 마루미치도 중상마를 넷이나 뽑아내며 충분히 명암말이라 불릴 자격이 있었지만,
'화려한 일족'이 진정으로 날개를 펼친 것은 마루미치의 딸인 잇토 대에 와서였다.
잇토 자신이 최우수 3세(현 2세), 5세이상(현 4세이상) 암말에 선정되며 활약했지만,
산구들의 활약은 어머니를 크게 능가하는 것이었다.
초년도 산구인 하기노 톱레이디는 신마전에서 일본 레코드를 갱신하는 충격적인 데뷔 후 암말 2관 달성.
3번째 산구인 하기노 카무이오는 종전기록을 1억 3500만엔이나 갱신하는 1억 8500만엔에 낙찰.
타카라즈카 기념을 포함해 중상 6승을 올리며 몸값에 걸맞는 실적을 남겼다.
경마 평론가 시마 나오토로부터 '화려한 일족'이라는 멋들어진 별칭까지 얻으며 잘나가던 마일리계.
그 일족의 필두인 하기노 톱레이디가 '천마' 토쇼 보이와 교배했다는 소식은 경마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었다.
은퇴 후 4번 연속으로 외국마와만 교배했던 하기노 톱레이디가 처음으로 국산마와, 그것도 토쇼 보이와?
화려한 일족의 암말은 저 위 야마피트 시대부터 스피드에 정평이 나 있었고,
토쇼 보이야 천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니 말할 필요도 없다. 로망의 집약체인 스피드X스피드 배합.
게다가 80년대 후반의 토쇼 보이라고 하면,
'쓰레기를 붙여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기형만 아니면 산구는 3천만엔부터 시작'
'토쇼보이 자식 한마리면 목장 빚을 다 갚는다'
등등의 말이 돌 정도의 고타율 고타점의 S급 종마로 활약하던 전성기.
그러면서도 교배료의 최고가격을 낮게 제한했기 때문에 수요가 대폭발,
추첨을 통과하지 않으면 감히 씨를 받아볼 기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기노 톱레이디라고 예외가 아니어서 추첨을 거쳤고,
운 좋게도 한번에 추첨을 통과. '꿈의 배합'이 드디어 실현되었는데…
'기형만 아니라면 3천만엔부터 시작'이랬더니 이 새끼가 기어코 기형으로 태어나버리고 만다.
하기노 톱레이디의 1987.
향후 다이이치 루비라는 이름을 받게 되는 망아지는 오른쪽 발굽이 터무니없이 작고 둥근 기형이었다.
이미 산구 넷중 셋이 데뷔조차 해보지 못한 하기노톱레이디 산구가 또 이렇게 나오자 목장 스태프들도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백락상마라 했던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보여도, 자질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재능은 꽃피운다.
어디 좋은 말 없나 하고 목장을 둘러보러 온 조교사 이토 유우지는 달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능력을 간파.
동행하던 다이이치 관명의 츠지모토 하루오가 구매, 이토가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
기형으로 태어났음에도 1억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매각되고,
맥스 뷰티, 스칼렛 부케, 샤다이 카구라 등 암말 관리에는 이미 정평이 난 명문 마방 소속으로 데뷔하게 된 다이이치 루비.
화려한 일족의 일문답게 데뷔하기도 전에 범상치않은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참고로 이토 마방에는 이런 말딸들이 있다)
그러나 능력은 능력이고, 다리에 기형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조교는 최대한 느긋하게 진행됐고 데뷔전을 치르게 된 건 4세(현 3세)가 되어서였다.
신마전에서는 화려한 일족답게 시작부터 도주. 5마신의 압승을 거두었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
오카상 트라이얼인 호치배(현 필리즈레뷰)에 등록했으나 추첨탈락.
조건전 승리 후 오카상에 등록했으나 여기서도 추첨탈락.
적정거리인 1600m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클래식을 허무히 날려버리고 만다.
이후 오카상 못간 암말들이 모이는 와스레나구사상(통칭 '유감 오카상),
오크스 트라이얼 산케이 스포츠배(현 플로라 스테이크스) 두 2,000m 경주에서 연달아 2착.
오크스에서도 5착에 그치고, 가을 로즈 스테이크스에서 5착 후 부상으로 클래식 시즌을 접는다.
이건 마일러라고 판단한 진영은 복귀전으로 1600m 오픈전을 선택.
몸풀기와 적성 재확인 정도 생각하고 출주한 이 경주에서, 다이이치 루비는 설마했던 늦출발.
암만 겜안분이라도 전방각질이 늦출발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것이다.
마권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혼란 속에서 다이이치 루비는 저 뒤에 처진 채 직선에 돌입.
매서운 말각을 보이며 1착마를 반마신 차까지 몰아넣고 2착을 거둔다.
?
원래 화려한 일족은 대대로 도주마고, 하기노 톱레이디도 마찬가지였다.
토쇼 보이는 전형적인 '그냥 빨라서 도주하는' 타입의 선행마.
아버지 어머니가 다 그러니, 당연히 다이이치 루비도 그렇겠거니 하고 지금까지 늘 선행을 시켜왔었는데 웬걸.
알고 보니 루비의 진짜 각질은 선추입이었던 것이다.
하기야 토쇼보이 산구인 미스터 시비라는 전례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뛰는 법을 알게 된 아가씨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교토암말특별(G3)에서 사만다 토쇼(스위삐 할머니)를 꺾고 첫 중상 승리.
1800m인 나카야마 암말 특별(G3)에서는 200m 길어졌다고 귀신같이 3착했지만,
야스다 기념 트라이얼인 케이오배 스프링 컵(G2)에서 G1 2승마 뱀부 메모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움짤에서 4착하는 게 뱀부 메모리임.
그리고 야스다 기념.
아직 실장이 되지 않아서 인지도가 적지만, 뱀부 메모리는 그 오구리 캡을 코차이로 몰아붙인 단거리의 강자.
스프링 컵에서 패했다곤 하나 G1이라는 큰 무대에서의 무게감은 강렬했고, 1.8배의 압도적 1번인기를 유지했다.
다이이치 루비는 5.7배로 차이가 있는 2번 인기.
레이스는 전반 800미터 45.8의 초하이페이스로 진행.
루비는 16두중 13번째, 거의 최후방에 위치. 뱀부 메모리도 거의 비슷한 위치.
선두의 심볼리 가루다, 유키노 선라이즈는 직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예정대로 침몰.
다른 선행조도 여력이 남아있을리 없고, 사전 예상대로 뱀부와 루비의 2파전.
이 되었어야 정상인데, 딱 하나, 선행조에 각색이 죽지 않은 말이 있었다.
주인공은 10번 인기 다이타쿠 헬리오스.
연초 마일러즈컵을 이겼을 때까지만 해도 나름 기대치가 있었으나,
전주 스프링 컵에서 1400m 내내 기수와 싸워대며 난장판을 친 결과 평가가 떡락한 상태였다.
특히 신마때부터 안 고쳐지던 폭주벽은 유명해서,
이날같은 하이페이스 경주라면 흥분해서 앞으로 나가겠다고 기수 말 안듣고 자멸하는 게 주요 패턴.
그런 다이타쿠 헬리오스가 이 날은 어째선지 제어에 완벽하게 응해줬고,
완벽한 타이밍에 치고나왔다.
헬리오스가 선두에 선 가운데, 최내각에 뱀부 메모리. 최외곽에 다이이치 루비.
헬리오스가 끈기있게 버티며 뱀부 메모리를 떨쳐냈지만, 다이이치 루비가 한 수 위였다. 1 1/4마신차 완승.
드디어 G1마가 되며, 태어나기 전부터 받아왔던 기대와 양혈의 증명을 완수해낸 다이이치 루비.
그러나 이 이상의, 어찌보면 지금까지의 마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경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카마츠노미야배.
현재의 타카마츠노미야 기념과 같은 대회이지만, 시행거리도, 그레이드도, 출주조건도 다른 2000m G2.
거리도 길고, 야스다 기념에 비해 격도 낮은 대회였지만 오히려 야스다 때보다 주목이 모였다.
다름아닌 다이이치 루비의 '동일대회 모계 3대 제패'가 걸려있었기 때문.
외조모 잇토, 어머니 하기노 톱레이디는 물론, 외삼촌인 하기노카무이오도 제패했던 대회.
화려한 일족이 대대로 활약해왔었고, 루비의 경우 아버지 토쇼보이도 이긴 바 있었다.
이걸 이긴다면 2022년이어도 뽕찰만한 대기록인데 하물며 1991년이다.
절대 거를 수 없는 기록이었고, 1600m 이하에만 쓸 것이라 천명했던 이토도 거스를 수 없었다.
단 8두, G1마는 하나뿐인 G2레이스를 보기 위해 나카야마 경마장에 역대 2위인 4만 6천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오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이치 루비의 단승 배당률은 1.4배.
아무리 이름값+혈통+스토리뽕이 있어도 1600m 위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말치고는 비정상적 배당률.
그래도 경쟁자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G3을 이긴 적이 있는 화이트 애로우 정도에, 그 외에는…
웨~이
다이타쿠 헬리오스와의 세번째 대결.
별 이유도 없이 2000m까지 따라온 스토커 새끼는 3코너를 지나면서 의문의 폭주를 시작.
잘 선행하다말고 선두에 서서 최종 코너를 돌았다.
누가 봐도 이른 시동이었지만, 야스다에 이어 이번에도 헬리오스는 침몰하지 않았다.
루비가 뒤늦게 기어를 올려보았지만 결과는 사진 판정 끝의 코 차이 2착.
일본 최고의 양혈을 자랑하는 아가씨가 주역이 되어야 할 파티를 웬 잡놈이 뒤엎고야 만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가을의 마일 챔피언쉽을 위해 휴양.
전초전인 스완S(G2)에 출주했더니 또또또또 다이타쿠 헬리오스(+뱀부메모리)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헬리오스는 타카마츠노미야 1착-마이니치오칸 2착을 연달아 기록하며 중거리 적성이 개화.
아키텐 출주를 간보고 있던 상황이라 원래는 마챔 전초전에서 마주칠 상대가 아니었다.
근데 아키텐 등록을 까먹고 안했다는 이유로 마일노선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이 개지랄을 떨면서 레이스를 망치고 있으니 내가 루비여도 매정하게 굴 것 같다.
헬리오스는 뒤없는 선두싸움을 벌이며 800m 45.7의 하이페이스를 만들고 직선에서 뻗었고,
다이이치 루비가 다리를 모으는 사이, 마군 틈새를 뚫고 나오는 말이 1두 있었다.
케이에스 미라클. 데뷔한지 이제 고작 반년이면서도, 레코드 타임만 2회 기록한 신속의 스프린터.
경주생명의 위기를 두번이나 겪고도 극복해낸 기적의 신성.
맹렬한 스퍼트가 작렬했지만, 케이에스 미라클이 더 빨랐다.
이 경주에서 루비는 1:20:6의 1400m 레코드 타임을 기록했지만, 케이에스 미라클을 앞지를 수 없었다.
어디가서 말하기도 창피한 영세혈통의 경주마 2두에게 번갈아가며 굴욕을 당한 아가씨.
심지어 이 기록에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다이타쿠 헬리오스는 9착으로 꼬라박혔으니,
그야 당연히 매정해질만하다.
"아가씨가 차가워~!"
마일 챔피언쉽에서도 항상 보던 그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다이이치 루비, 케이에스 미라클, 뱀부 메모리, 다이타쿠 헬리오스.
순서대로 1~4번 인기였지만 뱀부 메모리부터는 단승배율 10배 이상.
스완 S에서 원투를 기록했던 둘의 대결로 좁혀졌다.
게이트가 열리고, 몇번째인지 모를 다이이치 루비의 데오쿠레가 작렬.
이후 옆의 뱀부 메모리와 얕게 접촉사고까지 나며 후방으로 박히고 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로는 보이지 않았다.
헬리오스가 특유의 폭주로 하이페이스를 만들어준다면, 데오쿠레 이후 후방 대기해도 불리랄 게 없으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아가씨도 이번만큼은 헬리오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만했다.
들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하미츠리銜吊り라는 마구가 있다.
하미銜는 고삐에 연결돼 있는 금속 막대 같은 것으로, 말이 이걸 물면 고삐를 당겨 여기에 신호를 줘 조종한다.
다시 말해, 말이 이걸 안 물겠다고 주둥아리를 벌리고 혀를 내밀면 말이 컨트롤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게 헬리오스가 매 경주마다 하던 짓이다.
하미츠리는 이짓거리를 못하게 하기 위해 하미를 위로 당겨 고정시키는 마구다.
헬리오스는 여기에 더해 아예 입을 못 벌리게 하는 마구를 포함 이것저것을 덕지덕지 달고 마챔에 출주했다.
헉 그럼 컨트롤이 됐나요?
놀랍게도 됐다.
지금껏 느껴본적 없는 힘으로 아가리에 힘을 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폭주 자체는 제어가 돼서,
헬리오스의 위치는 3~4번째에 첫 800m는 48초라는 슬로우 페이스.
안 그래도 죽을맛인데, 뒤에서는 케이에스 미라클의 집중마크까지 붙었다.
이대로라면 선행세의 그림자도 못 밟고 무력하게 패배하는 그림이 나올 위기.
상황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마일 챔피언쉽이 펼쳐지는 교토 경마장은 3코너와 4코너에 각각 급경사가 있다.
그래서 교토의 언덕은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고루시도 아는 상식이다.
상식인데, 이 새끼는 상식이 없는 새끼였다.
헬리오스와의 씨름에 지친 기수 키시 시게히코는 3코너에 접어들면서 결국 포기선언.
어디 니 원하는대로 해보라며 도박을 걸었고, 다이타쿠 헬리오스는 희희낙락 폭주.
3코너의 오르막에서 선두에 서고, 4코너의 내리막에서 가속을 붙어 치고나가자 격차는 순식간에 5마신 이상.
화들짝 놀란 후속들이 헐레벌떡 쫓아왔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다이이치 루비 2착. 케이에스 미라클 3착. 헬리오스와의 차이는 2마신 반.
그리고 이때쯤 해서 퍼지기 시작한 음해가 헬리오스X루비의 커플 기믹.
'다이타쿠 헬리오스는 다이이치 루비가 있어야 진심을 낸다' 운운하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지만,
우마나리 1펄롱이라는 만화에서 저 소재를 공식적으로 채용하는 바람에 폭발적으로 전파.
20년이 지난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에까지 박제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아가씨가 살아계셨다면 치를 떠실 일이다.
3연콩을 박으며 마일노선 제패에 실패한 아가씨는 스프린터즈 S로 출전.
지금이야 그랑같은 역체급이 아니고서야 단거리-마일 구분이 제법 명확한 편이지만,
이때는 아직 박신이 대두하기도 전인 초고대. 중거리 이하는 대충 퉁쳐버리던 시대였다.
뱀부 메모리가 은퇴. 헬리오스가 의문의 아리마 출전 표명을 한 상황에서 본명은 케이에스 미라클.
루비는 1200m가 첫경험인 반면, 미라클은 사실상의 특기 거리였으니 납득할 수 있는 차이.
단승 배율 자체는 1위 미라클이 2.2배. 루비가 3.0배로 큰 차이는 없었다.
다이이치 루비는 특기인 후방대기.
케이에스 미라클은 선행 집단에 합류. 조금씩 위치를 올려 최종 코너에서는 4번째 위치까지 올라갔다.
직선에 돌입할때까지 계속해서 케이에스 미라클의 상태를 주시.
야스다에서 당했던 작전을 그대로 돌려주는 전법.
작전대로 마군 안에서 기회를 엿보았고, 케이에스 미라클이 앞으로 나섬과 동시에 다이이치 루비가 움직였다.
그리고 마치 교대하듯이, 케이에스 미라클이 뒤로 처졌다.
고장이 발생, 실속하는 케이에스 미라클을 바깥쪽으로 피해앞으로 달려나가는 다이이치 루비.
그 후로는 적수가 없었다. 독주 끝의 압승.
이 승리로 인해 도입에 말했던 온갖 기록(암수혼합 2승, 최고 상금)을 세웠고,
작년 뱀부 메모리의 기록을 0.2초 당기는 1:07:6의 레이스 레코드 겸 일본 레코드를 찍었다.
그리고, 케이에스 미라클은 분쇄골절 진단. 예후불량으로 안락사 처분되었다.
묘한 인연이지만 케이에스 미라클의 마지막 승리 경주인 스완 S는,
다이타쿠 헬리오스의 아버지 비젠니시키가 부상 은퇴한 경주이기도 하다.
해가 바뀌어 1992년.
91년 최우수 단거리마를 수상한 다이이치 루비가 마주한 것은 또또또또 다이타쿠 헬리오스.
헬리오스가 부담중량 60kg을 지고 나온 것도 있어, 마일러즈 컵(G2)에서 1.7배의 압도적 인기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시시했다.
헬리오스가 쭉쭉 뻗으며 5마신차 압승하는 사이에 6착의 볼 거리 없는 결과.
이후 스프링 컵에서도 5착으로 부진하더니 야스다 기념에서는 15착의 충격패를 당하기에 이른다.
스프린터즈S가 끝난 시점, 기승했던 카와치가 "1600m까지라면 일본 최강."이라고 단언했던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적.
그러나 어느정도 경마짬이 찬(=인생 씹창놈인) 마쟁이들은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진지 감을 잡았다.
스틸 인 러브 병의 역사는 깊다.
고마 암말이 갑자기 훅 가면, 십중팔구는 암컷의 본능에 눈을 뜬 탓이다.
뭐 수말도 의욕을 갑자기 잃어버리는 일은 왕왕 있어서 딱히 암말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니긴 한데,
암말 얘기가 되면 관계자들이 막 '여자의 얼굴이 되었다'느니 '엄마가 될 준비가 된 것 같다'느니
일남 성희롱 발언을 연발하는 게 너무 웃겨서 임팩트가 한 200배 되는 것 같다.
하여간 이렇게 되면 뭔 짓을 해도 이전처럼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암말 마이스터 이토.
미련없이 야스다 기념이 끝나자마자 은퇴를 결정.
참고로 애니 2기의 이 장면이 대충 이때쯤이다. 불쌍한 헬리오스.
그리고 여기서 또다른 음해가 스믈스믈 스며나오는데,
다이이치 루비가 투지를 잃었다->그 시점은 스프린터즈 S 후->스프린터즈 S에서 케이에스 미라클이 부상->케이에스 미라클이 사라져서 다이이치 루비가 의욕을 잃었다???->그럼 찐사랑은 케이에스 미라클????->삼각관계 각이야????
제2의 말페스 음해가 부글부글 끓어넘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파생하여 '그럼 지금까지 헬리오스랑 엄청 뛰었어도 아무 관심 없었던거네?' 하는 유탄까지 발생.
처음부터 좆간들이 멋대로 엮은거면서 멋대로 차이게 만드는 악질적인 행태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케이에스 미라클 이야기는 상당히 오래 잊혀져서 틀딱이나 위키 암송충 아니면 모르는 정도였는데,
사이게 때문에 이제 다시 살아나게 생겼다. 이따위로 할거면 빨리 실장해줘라.
이후 화려한 일족의 후계를 낳아 줄 것으로 기대받은 다이이치 루비였지만,
첫 해 산구인 다이이치 시가가 오크스에서 3착을 기록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수확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다이타쿠 헬리오스와 맺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헬리오스의 순애보는 말페스충들의 힘을 빌려 데이터로써 결실을 맺었다.
위닝포스트(특징:좆망겜임)에는 다이타쿠 헬리오스x다이이치 루비 산구의 가상마 퍼스트 사피가 존재하며,
현실로 역수입되어 실제로 퍼스트 사피라는 이름을 받은 다이타쿠 헬리오스 산구가 데뷔하기도 했다.
(지방경마 141전 2승)
코에이 놈들의 말페스 뇌절이 얼마나 심한지,
몇번째 작인지에는 헬리오스 아들 다이타쿠 야마토x루비 딸 다이이치 시가 자식으로 세컨드 사피도 등장한다고 한다.
코에이 새끼들한테 질 수 없으니 말딸도 둘이 어떻게 애하나 만들게 해주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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